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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04 심리상담과 직업윤리

 본업이 카운슬링과 점점 멀어져 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심리검사도구 이용 자격을 위해 교육을 받는 등 완전히 그쪽에 관심을 끊진 않았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당장 내 앞에 쌓인 일도 처리하질 못하는데 무슨 소용이겠냐만 그래도 정말 내팽개치고 놀기보단 뭐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행복 회로를 돌려 본다.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오늘 할 이야기는 심리상담과 직업윤리다. 가끔 청소년지도사, 전문상담사, 정신과 의사라는 작자들이 상담관계를 빌미로 그 이상의 관계, 말 그대로 진짜 ‘관계’를 요구하다가 딱 걸려서 망신당하는 사고사례를 접한다. “이런 짓거리는 야매 돌팔이나 하는 짓이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테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정식으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이러고 있다. 내담자와 상담자가 상담 관계 외적으로 접촉하는 행동이 상담 관계에 무슨 영향을 끼치는지는 학부과정만 밟았어도 아주 잘 알 거다. 상호 간의 신뢰와 믿음으로 이어져야 하는 상담 관계에서 상담자가 정보를 쥐고 흔들면서 내담자 위에 군림해서는, 해서는 안 될 짓 중에서 가장 악독한 짓을 했다가 딱 걸렸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상담을 이용해먹는 부류 중에서 제일 악독한 사람이 정신과 의사다. 이 사람들은 카운슬링의 영역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 정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클리니컬의 영역, 특히 약물을 쥐고 흔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훨씬 큰 책임감이 필요하다. 스파이더맨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사람들이 자기 능력을 사용해서 환자들 위에 군림하며, 때로는 환자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다면 어떻게 될까. 끔찍한 상상이지만, 그 끔찍한 상상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늘 사탄의 패배를 확신한다.

 물론 대다수의 전문가는 그러지 않고, 자기 시간까지 쪼개가면서 헌신하고 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자극적인 사건사고 한두 건 때문에 진실된 마음으로 이 일을 하는 많은 전문가들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향하고, 여건은 더 척박해진다. 동작구의 모 청소년기관에서 있었던 청소년지도사와 여학생간의 불륜 사건으로 현장의 많은 청소년지도사들이 한동안 따가운 시선을 견디면서 일했던 때를 떠올려보자. 직업윤리는 귀찮은 제약이 아니라, 자신이 종사하는 직업이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얻기 위해 같은 직종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약속이 아닐까 한다. 그 약속을 깨고 믿음을 잃으면 그 후에 돌아오는 건 법과 규제일 테니.

 정신의학과 상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다. 상담하다가 번아웃이 와서 일을 쉬게 된 사람 이야기도 들어봤고, 정신병이 심해서 약을 먹으면서 이겨내는 사람들 이야기도 들었고, 끝내 이겨내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사람들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많이 아프다. 자기 능력을 오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담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나빠져서 나중에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상담을 신뢰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 일이 없도록, 상담자에 대한 직업윤리가 확고하게 강조되었으면 한다. 나쁜 놈들은 지옥에 떨어지고.

Posted by RainFo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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