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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트 문학.

투덜 투덜 2019. 2. 25. 22:18

 주변의 애주가들에게 몰매를 맞거나 쌍욕을 들어도 할 말 없는 소리이지만, 나는 필라이트를 아주 좋아하고, 또 자주 마시는 편이다. 주머니 사정 가볍고, 이리저리 눈칫밥 먹으며 치여 사는 입장에서는 이만한 술이 없거든. 가격도 싸고 맛도 다른 비싼 국산맥주에 뒤떨어지지 않으니 이 얼마나 은혜로운 한 캔인가.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스트롱제로 문학'이란 칼럼을 보았다. 일본의 고질적인 사회문제가 장기화되자 많은 젊은이들이 값싸게 취하기 쉬운 스트롱 계열 츄하이(9%Alc.가 넘는 고도수의 츄하이)를 애용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글을 스트롱제로 문학이라 칭하더라. 이렇듯 고도수 츄하이 같은 값싼 알코올에 의지하려 하는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내용의 칼럼이었다. 

 이미 값싸고 빨리 취하기 쉬운 소주가 있는 한국은 어떤가. 소주의 대량보급으로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사고를 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하는 사회문제를 겪으면서 소주의 도수가 경쟁적으로 낮아지고, 혼자 독한 술을 마시는 모습을 알코올 중독자나 할 행동으로 치부하곤 했다. 그럼에도 술로 인한 사건사고를 온전히 막을 수는 없었고.

 술 마시는 모습 자체를 일탈이라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 술의 질이 자유낙하하고, 이렇게 맥아 함유량을 극단적으로 낮추고 가격을 놀라운 수준으로 떨어뜨린, 다시 이야기하면 싸게 많이 마시기 위한 목적으로 생산되는 이런 술이 나오고 있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좋다. 돈도 없고 미래도 안 보이는 삼류에게 8캔 만원의 유혹은 쉽게 뿌리칠 수 없으니. 남들이 코끼리 오줌이나 퍼마시고 있냐고 비아냥거려도 다른 선택지가 없는걸. 오늘 밤도 필라이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Posted by RainFo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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