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밴드의 구성원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드러나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많은 연예인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받거나, 학폭 가해자의 누명을 쓰기도 했다. 유명인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 학폭 가해자에게 보복하고 싶다는 류의 글을 가끔 보기도 한다.
학교폭력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가? 보통은 교내에서 힘센 몇몇이 집단의 암묵적인 동의를 얻고 힘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형태로 진행된다. 조금 비틀어서 생각해보면, 이들은 집단 내에서 카리스마 있게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행동력 강한 사람들이다. 세상에, 이들은 사실 리더십이 뛰어나고 행동력이 강한 이 시대 훌륭한 인재상이다. 이름 있는 대학교와 굴지의 대기업에서 정말 좋아할 사람들이고, 무엇을 시도해도 성공할 만한 사람들이다. 반면,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어떤 사람인가. 하루 종일 괴롭힘 당하거나 맞고 다니니, 눈치만 보고 주눅들며 자기주장조차 제대로 내세우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흔히 말하는 '찐따 새끼'의 인생을 사는 거다. 아무런 상황설명 없이 두 사람의 성격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면 어떤 사람이 성공할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불편한 진실. 집단 내 폭력과 괴롭힘이 학교 안에서만 존재할까.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2019년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호법 개정안, 통칭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통과될 정도로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 또한 심각하다. 폭력의 굴레는 단지 학교를 떠난다고 사라지지 않고 그 굴레가 그대로 학교 바깥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학교폭력 문제가 그저 청소년에게 한정된 문제였다면, 가해자들이 학교를 떠나면서 폭력 또한 자연스럽게 사라졌을 테지만, 오히려 가해자들은 학교 밖에서도 자신의 유희에 말려들어갈 희생자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학교폭력 문제를 청소년 문제로 치부하고, 그 원인을 청소년의 발달 특성과 청소년 문화에서만 찾는 행동이 무슨 의미일까.
공부 잘 하는 비법으로 유명한 '공신' 강성태 씨는 2016년에 자신의 개인방송에서 "공부하지 마라, 공부할 필요 없다"라는 말을 했다. 2016년 말에 일어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그 사건'의 핵심에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이 있었다. 이후 2018년에도, 2019년에도, 속속들이 밝혀진 온갖 추문의 중심에는 나쁜 인성과 이기주의적 가치관을 숨기고, 성공하기 위한 가치만을 챙겨 돋보이려 한 '모범생' 들이 있었다. 겉으로만 예뻐 보이면 속이 시커멓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다.
가치관 없는 교육과 철학 없는 문화, 그리고 속이 빈 종이 인형 공작으로 만들어 진 사회가, 이제야 속에서부터 곪아가고 썩어서 냄새가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 사회가 이렇개 변질되었는지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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