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집에서 배달음식을 시킬 때 반드시 간짜장을 시킨다. 전분기 하나 없는 기름 좔좔 흐르는 짜장 소스에 버무려진 양파 한 뭉탱이와 뻑뻑하게 잘 비벼지지 않는 면을 생각할 때마다 군침이 고인다. 간짜장 예찬론자들은 '간짜장에 한 번 맛을 들이면 일반 짜장면은 싱거워서 못 먹을 정도'라며 간짜장을 신격화(?)하곤 한다. 맞는 말이다. 전분과 육수에 맛이 많이 부드러워지는 일반 짜장과 비교했을 때 간짜장의 그 맛은 미뢰를 찌르는 자극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느끼하고 자극적이라며 간짜장을 피하는 사람도 많지만, 짜장면의 가장 메이저 한 바리에이션이라는 간짜장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그 자극성에 매료된 사람 역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제대로 된 간짜장을 정말 찾기 어려워졌다. 간짜장은 즉석에서 기름과 양파를 사용해서 볶아 낸 짜장 소스를 내는 것이 정석이지만, 어느 새부터 간짜장 소스에 일반 짜장에 들어가는 전분과 육수가 투입되더니 간짜장 특유의 맛이 점점 일반 짜장의 그것으로 수렴하기 시작했다. 정말 심한 경우는 일반 짜장 소스에 양파만 좀 더 투입해서 볶아 낸 뒤 간짜장이라고 내놓는 사례다. 이건 명백히 음식으로 장난치는 거지.

 이전에 중국집에서 파는 맹숭맹숭한 마파두부 비슷한 물건에 대해 고찰한 적이 있다. 대중화된 맛의 한국식 마파두부라는 변명을 내세우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두반장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흐무르죽죽한 중화덮밥 소스를 아무도 마파두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탕수육을 주문했더니 찹쌀탕수육이랍시고 '물컹물컹'한 튀김옷이 입혀진 탕수육이 나와서 입맛만 버리고 나왔던 기억, 짜장 소스와 짬뽕 국물로도 그 충격적인 퀄리티가 덮혀지지 않았던 유명 중국집 프랜차이즈의 기름 쩐내 볶음밥을 먹고 하루 종일 헛구역질만 했던 기억 등등, 왠만해서는 음식에 불평을 잘 하지 않는 나도 중화요리에 대한 나쁜 기억이 크게 남아있으니 '동네 중국집의 조리 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Posted by RainFo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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