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긴 뭐가 돼

 간혹 인터넷에서 열심히 키보드 배틀을 하는 사람을 보면 마치 가문의 명예가 걸린 듯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죽도록 싸우는 양상을 보인다.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싸우지는 않았을 턱. 특히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상당히 발전함에 따라 분쟁이 커뮤니티의 발전도에 비례하여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현재, 인터넷에서의 분쟁 대다수는 서로의 목을 베어(?) 완전 승리(?)를 쟁취하려는 모습을 띤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혹자는 경제위기와 취업난으로 인해 삶이 팍팍해져서 사람들의 여유가 이전에 비해 줄어서 그렇다는 의견을 내고, 혹자는 청년들이 단합하여 정부를 규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간질을 시도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며, 또 혹자는 인터넷과 정보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누구나 의견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분쟁 또한 많아졌다는 의견을 낸다.

 이런저런 의견에 나도 한 술 보탠다면, 지금 인터넷에서의 분쟁 양상이 총력전이 된 이유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때문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손바닥만 한 전자기기로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듣는 상황에 이게 무슨 '크리링 헤어스프레이 뿌리는 소리'냐고 할 테지만, SNS의 발달이 사람들 스스로를 확증편향이라는 굴레에 가두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SNS 중 트위터를 예시로 들어보면, 팔로우와 언팔로우를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타임라인을 쉽게 꾸밀 수 있으며, RT를 통해 의견을 널리 퍼뜨릴 수 있지만 해당 의견에 대한 반박이 널리 퍼지기 힘들다는 특성 덕분에 많은 수의 확증편향을 지닌 청소년들을 만들어 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이다. 영상이 플랫폼의 주 요소이기 때문에 본사에서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비판 의견이 부상하기 힘들며, 클릭이나 터치 한두 번으로 소위 '유튜브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자신의 관심사 영상만을 타임라인에 띄울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확증편향을 지닌 수많은 청소년들을 만들었다.

 과거의 인터넷 논쟁이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건전한 토론이었다면, 현재의 인터넷 논쟁은 '내 의견, 더 나아가 내가 속한 의견 집단의 말만이 진리이며, 다른 의견은 존재 가치가 없는 인류악이다'를 전제로 놓고 싸우는 총력전의 양상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자신의 의견을 세상 만인의 보편타당한 이치로 알고,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반동분자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언쟁할 일이 있으면 정말 끝도 없이 늘어질 것을 감안하고 싸워야 한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소중하고, 얼마 있지도 않은 여가시간을 말이 통하지도 않는 상대방과의 언쟁에 몽땅 소모한다면 머리만 아프고 눈물만 날 지도.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싸움을 하면 이겨야지'라는 생각으로 죽을 때까지 싸우기보다는, 싸움을 피하고 상대방의 주장이 옳음을 먼저 인정해버리면 어떨까. 어쩌면 나 자신도 확증편향에 빠져 있어 의견 하나를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고, 상대방의 주장이 절대적인 진리에 반하는 내용일지라도 그런 바보를 설득시키는 행동은 정말 머리 아픈 일이니까. 시간은 소중하고, 우리의 시간은 더더욱 소중하다.

Posted by RainFo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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