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파트단지에 벚꽃 피는 계절이 되어서야 겨우 새로 시작한 일이 얼추 적응이 되어서 그나마 포스팅을 쓸 겨를이 생겼다. 어린 시절에 일기 한 달 밀려서 하루 만에 몰아서 쓰는 기분으로 가볍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뚱보아저씨 수제돈가스 구성점의 왕돈가스. 맛도 괜찮은데 가격 대비 압도적인 양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정말 배고픈 날 저거 하나 시키면 정말 만족할 수 있는 곳. 가격이 예전보다 좀 오르긴 했는데 이 정도면 납득할 수 있다.


광장시장에서의 낮술. 실외마스크 및 해외 여행객 국내체류 규제가 풀린 뒤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관광객이 엄청 많아서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이런 분위기에선 소주 맥주보다 막걸리가 더 어울리는 듯.


수원역 로데오거리의 아다미 순대국. 과거와 비교해서 술도 식사도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변함없는 맛과 양으로 술고프고 배고플 때 자주 찾는 곳이다. 이 날 둘이서 소주 6병 먹고 기절...

아웃백 토마호크 스테이크. 돈을 꽤 들여서 예약했는데 먹는 순간은 돈 생각이 전혀 안 들 정도로 정말 만족스러웠다. 먹고 나서 계산할 때 손이 덜덜 떨렸던 건 기분 탓...이었나...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만두집 '송천 포자방'의 군만두와 샤오롱바오, 그리고 맥주. 지금껏 먹어봤던 만두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만두라고 생각.

범계 코다차야에서 시킨 모둠 꼬치구이. 1차로 간 고깃집애서 많이 먹고 와서 간단하게 꼬치 한 접시랑 사케만 시켰는데 그럼에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냥 이자카야인줄 알았는데 푸드코트+맥주창고 형태의 독특한 컨셉이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또 방문 예정.

번외로 얼마 전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스꼴라 다크 소울 2. 스팀이 활성화된 뒤로 PC 게임을 패키지로 사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스팀 판매가의 1/3 정도 가격으로 재고처리 하는 쇼핑몰이 있어서 빠르게 업어왔다. 지금 사용하는 PC에는 ODD가 없어서 저 DVD는 그냥 장식이지만 패키지 안에 스팀 코드가 있어서 아무 문제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 커뮤니티에 온갖 괴담과 악평이 올라와 있는 게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래간만에 엘든 링 이후로 정말 몰입해서 한 게임이라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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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참치를 제대로 전문점에서 먹어 본 적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해봤자 예전에 학원강사할 때 회식으로 한번, 가족끼리 한두번, 친구들끼리 호기롭게 몇 번 가본게 전부였고. 먹어도 보통 등살 같은 저렴한 부위를 기름장과 김 맛으로 먹었지. 그러다 보니 참치는 비싸기만 하고 맛없는 생선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몇 년 전 회사 그만두면서 찾아간 친척 집에서 오오토로 한점 먹고 그 생각 고쳐먹긴 했지만 여간 비싸야 말이지....

몇 달 전, 최근에 좋은 일이 있어 집 근처 참치집에서 개인 룸 잡고 한잔하면서 참치 코스를 즐긴 적이 있다. 반은 개인적 욕망, 반은 객기로 정한 저녁식사 메뉴였는데, 참치 퀄리티도 괜찮았고 상상 이상으로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 꽤 기분이 좋더라. 지갑은 좀 아팠지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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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중국집에서 배달음식을 시킬 때 반드시 간짜장을 시킨다. 전분기 하나 없는 기름 좔좔 흐르는 짜장 소스에 버무려진 양파 한 뭉탱이와 뻑뻑하게 잘 비벼지지 않는 면을 생각할 때마다 군침이 고인다. 간짜장 예찬론자들은 '간짜장에 한 번 맛을 들이면 일반 짜장면은 싱거워서 못 먹을 정도'라며 간짜장을 신격화(?)하곤 한다. 맞는 말이다. 전분과 육수에 맛이 많이 부드러워지는 일반 짜장과 비교했을 때 간짜장의 그 맛은 미뢰를 찌르는 자극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느끼하고 자극적이라며 간짜장을 피하는 사람도 많지만, 짜장면의 가장 메이저 한 바리에이션이라는 간짜장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그 자극성에 매료된 사람 역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제대로 된 간짜장을 정말 찾기 어려워졌다. 간짜장은 즉석에서 기름과 양파를 사용해서 볶아 낸 짜장 소스를 내는 것이 정석이지만, 어느 새부터 간짜장 소스에 일반 짜장에 들어가는 전분과 육수가 투입되더니 간짜장 특유의 맛이 점점 일반 짜장의 그것으로 수렴하기 시작했다. 정말 심한 경우는 일반 짜장 소스에 양파만 좀 더 투입해서 볶아 낸 뒤 간짜장이라고 내놓는 사례다. 이건 명백히 음식으로 장난치는 거지.

 이전에 중국집에서 파는 맹숭맹숭한 마파두부 비슷한 물건에 대해 고찰한 적이 있다. 대중화된 맛의 한국식 마파두부라는 변명을 내세우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두반장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흐무르죽죽한 중화덮밥 소스를 아무도 마파두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탕수육을 주문했더니 찹쌀탕수육이랍시고 '물컹물컹'한 튀김옷이 입혀진 탕수육이 나와서 입맛만 버리고 나왔던 기억, 짜장 소스와 짬뽕 국물로도 그 충격적인 퀄리티가 덮혀지지 않았던 유명 중국집 프랜차이즈의 기름 쩐내 볶음밥을 먹고 하루 종일 헛구역질만 했던 기억 등등, 왠만해서는 음식에 불평을 잘 하지 않는 나도 중화요리에 대한 나쁜 기억이 크게 남아있으니 '동네 중국집의 조리 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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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조심

투덜 투덜 2021. 8. 27. 14:52

낮선 천장이다...

반년 전,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갑자기 극심해져서 거의 실려오다시피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MRI를 찍어 보니 4번~5번 사이 추간판이 그냥 빠져나온 것도 아니고 아예 다른 데로 가출을 해버렸다고. 척추에 카테터 삽입하고 약물을 들이붓는 시술을 하면서 의사 멱살까지 잡아볼 뻔한 경험을 한 뒤로 허리를 조심히 쓰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많이 좋아진 지금도 여전히 일상생활에 불편한 부분이 많고, 허리디스크를 한 번 겪으면 평생 완치가 안 된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관리 잘하면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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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다. 아무리 민초가 좋다지만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컵에 따라놓고 보니 가그린이나 리스테린 같은 구강청결제가 연상되는 색에 맛도 딱 구강청결제. 신기해서 한 번은 사봤지만 다시는 내 돈 주고 절대 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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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절

리듬게임 2021. 8. 23. 15:35

리듬게임을 잘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즐기는 입장에서 볼 때, 요새 리듬게임 채보들은 어려움과 재미를 동일시하게 된 것 같다. 채보를 무작정 더럽게 짜고 난 뒤 거기에 당한 고수들이 질질 짜면서 하루 종일 인생과 돈을 갈아 넣는 모습을 낄낄대며 즐기는 마조히스트들인 게 분명하다. 공사장 소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지는 노트를 꾸역꾸역 받아내기만 하는 그런 게임이 언제부터 리듬게임이었을까. 리듬게임은 이제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가볍게 몇 판 즐기던 게임이 아니라, 땀 뻘뻘 흘리면서 온몸을 마하 9의 속도로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미친 초능력자들의 자기 과시 게임이 되어버렸다.

과거에도 고난도 콘셉트의 곡이 없지는 않았다. 그나마 고난도임에도 들어줄만했던 노래들이 많았고, 극소수의 고수들을 위한 도전과제에 가까웠기 때문에 별 이야기가 없던 거고. 그 시절 리듬게임 노래만 최고이며 지금 나오는 '노래'들이 전부 쓰레기라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 나오는 노래들이 조금 더 좋은 구성과 깔끔한 마스터링을 거친 훨씬 양질의 곡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나는 지금 노래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작곡가들이 자신의 노래에 고난도 채보가 붙길 기대하고 있다. 직접 채보를 짜는 발광 BMS 고릴라 출신 작곡가는 제쳐두고서라도, BPM이 빠르고 전자악기를 많이 쓴 악곡이 필연적으로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모두 비슷한 유형으로 작곡을 한다. 평균 BPM은 하늘을 뚫고 화성을 향해 가며, MAX 300의 BPM뻥튀기 300이 아닌 진짜 300~400 BPM을 뚫고 나가는 정신 나간 속도를 자랑하게 되었고, 그와 반비례하여 악곡은 점점 번잡하고 시끄러워지고 있다. 이 지경이 되니 "내가 똥 싸는 소리 녹음해다가 노트 7기급으로 박아 넣으면 고수들이 욕하면서 한다"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

한 게임을 마스터하면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도 잘하게 되는 게임이 리듬게임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평균 난이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근데 그거도 어느 정도껏이어야지. 고수들조차 손사래 치면서 기피하는 노래와 채보가 있다는 걸 깊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리듬게임의 악곡 하나하나는 다른 게임에서의 레벨 디자인에 상응하는 요소인데, 악곡이 기피된다는 건 레벨 디자인에 실패했다는 말이고, 레벨 디자인에 실패했다는 것은 게임을 잘못 만들었다는 뜻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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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블리즈컨라인 2021에서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이 공개되었다. 검증된 명작이고, 나도 비교적 최근까지 꽤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게임이라 더 반가웠던 소식이었다. 4K로 깔끔하게 재구성된 환경과 깔끔한 스킬 이펙트를 보면서 발표 내내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객관적으로 까 보면 별 내용 없던 실망스러운 내용이 많았던 블리즈컨임에도 이 소식 하나로 모든 것이 용서되었을 분위기였으니.

 그리고 얼마 전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의 PC버전 알파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한정된 직업으로 두 개의 액트만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는 데에는 충분한 분량이었다. 얼마나 기대감이 컸으면 벌써부터 액트1 카운테스 런으로 온갖 룬워드를 만들어 입고, 심지어는 막혀 있는 액트까지 모종의 방법으로 밀고 들어가 깨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사람들이 넘쳐나는 테스트였다. 다량의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었는데,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캐릭터 생김새가 늙어 보인다거나(20년 만에 모인 고등학교 동창회 드립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 스킬 이펙트가 허접해 보인다거나 하는 일부 단점을 제외하고는 디아블로 2 원작의 공포감을 잘 살린 깔끔한 모습이었다. 일단 겉보기에는 합격이었는데....

 여러 웹진에 올라온 개발자 인터뷰를 보면서 기대감이 점점 우려스러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개발자는 '원작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이며, 이에 인벤토리 확장 같은 편의성 개편은 없으며, 추가 콘텐츠도 없을 예정' 이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도 열심히 디아블로 2와 파생 모드를 하는 입장에서 많이 답답한 소리다. 왜냐면 20년 전의 디아블로 2가 혁신적인 게임이었을지라도, 지금 와서 하기엔 불합리하고 까다로운 부분이 참 많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미어터진다

 제일 먼저 인벤토리 문제. 안 그래도 좁아터졌는데, '참'이란 아이템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좁아터진 인벤토리가 더 좁아터지는 걸 넘어 아이템 하나 제대로 못 줍는 게 일상이다. 참이 뭐냐면 별도의 장착 없이 인벤토리에 넣고 다니는 것으로 캐릭터를 강화시켜 주는 아이템이다. 부적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물건은 확장팩 파괴의 군주에서 나온 아이템인데, 스킬 레벨을 올려주거나 체력과 저항 등을 빵빵하게 챙길 수 있는 등 인벤을 가득 채우면 채울수록 캐릭터의 능력이 엄청나게 강해지기 때문에 모든 디아블로 유저들이 인벤토리를 인벤토리로 쓰지 못하는 원흉이 되었다. 거기에 디아 2 세팅 획일화를 심화시키기도 했다. 

 이 참이란 아이템 덕분에 인벤토리 자체를 거의 못 쓰는 상황에 이르게 되어서, 디아2를 지금까지 하는 유저들은 제발 인벤토리 좀 늘려달라 아우성치는 상황이다. 실제로 몇몇 모드는 자체적으로 인벤토리를 크게 넓혔으며, 참으로 인한 밸런스는 인벤토리 내에 참 옵션이 적용되는 구역을 따로 설정하여 해결하였다. 그 외에도 여러 해결 방안을 생각해 볼 법도 한데, '밸런스'나 '원작 고증' 같은 변명으로 그런 팬들의 요청을 완강하게 거부해버리니, 이 사람들 완강기인가.

국민 최종템 '룬워드'에 들어가는 각종 룬들의 드랍률

 비정상적인 아이템 드랍률도 문제다. 커뮤니티 등지에서 쉽게 나눔되는 가성비 좋은 유니크들도 극한의 앵벌이 없이는 줍기가 많이 힘드며, 좀 많이들 쓴다 싶은 고급 아이템들은 폐지 줍기로 열심히 노가다해도 래더 기간 중에 겨우 만들까 말까 한 너무한 드랍률을 보인다. 이제는 사실상 봇 프로그램에 의지해서 룬을 줍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토를 돌리는 것 자체가 약관 위반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심각한 문제. 유튜브만 봐도 고작 샤코 하나 주으려다가 며칠씩 걸리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세계최초 유일무이 Auto 2 Win 게임 디아블로 2

 게임 시스템에 큰 변화가 없다면 당연히 트레이드 역시 교환불가/계정귀속 개념 없이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할 텐데, 이러면 오토가 당연히 창궐한다. 안 그래도 디아블로 2 오토 돌려다가 용돈벌이 하는 아재들이 비일비재하고, 저 머나먼 대륙에서는 오토로 레어 아이템까지 주문제작(?)해다가 팔 정도로 '돈이 되는 게임' 디아블로 2인데, 이걸 무슨 수로 어떻게 막을 것인가. 물론 인터뷰에서는 배틀넷 환경의 변화와 오랜 모니터링 등으로 오토를 잡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지만, 아이템이 죄다 계정 귀속이라 트레이드로 쌀먹할 여지가 거의 없는 똥...아니 디아블로 3도 큐브런 공방 몇 판 돌리면 절반 이상이 재료 수급하는 오토 계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봇을 잡을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막을지 도저히 신뢰가 가질 않는다. 단순히 봇을 잘 막겠다는, 집 지키는 똥개도 할 수 있는 말보다는 시스템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걸까?

죽어라 때려도 안 죽는 물리 면역

 무너진 밸런스와 높은 진입장벽도 문제다. 밸런스야 다른 온라인 RPG에서도 주요하게 부각되는 문제점이지만, 워낙 오랜 기간 밸런스 조정이 없던 게임인 디아블로 2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스킬이 정말 많고 그에 따른 빌드 역시 엄청나게 다양하지만, 좋은 스킬과 나쁜 스킬의 격차가 엄청나게 높아서 대부분의 스킬은 맨땅에서는 정말 써먹기 어렵고, 거기에 나중에 추가된 스킬 시너지 시스템 덕분에 그 격차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졌다. 특히 게임의 특성상 많은 적을 항상 마주치는 게임이라 한 번에 많은 적을 상대로 하는 멀티타겟팅 스킬이 유리한데, 그런 쪽으로 밸런스가 잡히면 결국 몇몇 캐릭터 이외에는 정말 취급이 박해지는 결과가 나온다.

 거기에 헬 난이도 이상 올라가면 모든 몬스터가 한 가지 속성 이상에 면역(그 속성의 대미지를 받지 않음) 상태인데, 이렇게 되면 밀리 캐릭터나 한 가지 속성을 쓰는 캐스터 캐릭터는 사냥에 애를 먹게 된다. 결국 효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캐스터는 2속성으로 가거나 아예 매직 데미지로 사냥하는 해머딘을 고르게 되는데(매직 데미지 이뮨 몹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대부분 언데드라 홀리볼트로 처리 가능), 도대체 게임 밸런스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개선사항에서 최우선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때깔은 참 고운데, 때깔만 고운 푸드코트 장식용 음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발매 전부터 굉장한 그래픽과 함께 골드 자동 줍기나 창고 확장 및 계정 창고 추가 등 여러 편의사항이 등장해서 기대감을 한껏 높였던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이지만, 이렇게 과거 추억팔이에 연연해 기존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감을 접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고전과 구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디아블로 2는 확실히 고전이다. 지금 해 봐도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무서우면서, 밤을 꼬박 새울 정도로 중독성 있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반면에, 디아블로 2의 몇몇 시스템은 현세대 게임과 비교해보아도 확실히 구식이다. 포션과 스크롤조차 겹칠 수가 없고, 쓸데없이 초반 플레이만 방해하는 스태미나 시스템이라던가, 죽었을 때 마을에서 던전까지 달려가 시체를 주워야 하는 등 플레이에 방해되고 불쾌감만 주는 시스템이 한가득이다.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의 개발진은 개발 모토를 '과거의 좋은 추억을 최대한 잘 되살리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일 뿐이다. 어린 시절 맛있게 먹었던 백 원짜리 불량과자나 분식집 앞 피카츄 돈까스를 지금 사 먹으면 그때의 추억만 잠시 되살아날 뿐 맛이 없어 다시는 먹지 않는다.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이 '옛 세대의 추억을 되살리고, 그 추억을 신세대 게이머에게 잘 전달'하려면, 단순하게 그때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안일한 방식으로 개발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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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는 비서를 집요하게 성추행하고 그 사실이 알려질까 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전직 인권변호사 출신 정치인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쓴 단체의 이야기부터, 작게는 지도해야 할 대상을 연애대상으로 생각하여 불륜을 한 청소년지도사, 청소년을 성욕 충족의 대상으로 삼아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한 청소년지도사, 대의적인 명분으로 관장 타이틀만 달아놓고 외부강사를 뛰는 몇몇 기관 관장들, 더 개인적으로는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 풍해라'라는 옛 속담을 철저하게 실행했던 대학교 학우들과 직장 동료들의 이야기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여러 방면으로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실망한 적이 없었다. 자칭 전문가들보다 쿠팡 물류센터와 백화점 팝업스토어 같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직종에서 일했던 경험이 나로서는 훨씬 더 배려심이 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철학을 잃어버린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지킬 개똥철학조차 없었던 것인가.

 어느 기관 면접을 들어갔을 때 일이었다. 스펙도 앞선 지원자보다 떨어지고, 경력도 부족했었기에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내 철학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기관 종사자가 청소년들에게 대놓고 욕하고 소리 지르는 모습에 실망한 적이 있었고, 일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면접관(아마 팀장이나 부장 직급이었을 것이다)이 내게 말하길, "어딜 가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느 직장을 가도 마찬가지이니 지원자가 항상 감안해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바란 대답은 이런 기초적인 사회생활 이야기가 아니었다. 청소년지도사라면 으레 고민해야 할 '청소년을 대하는 태도', '청소년을 생각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어디 막노동판에서도 시시껄렁할 이야기라고 웃어넘길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 말고. 지도자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들의 함부로 말하고 충동대로 행동하는 태도를, 어찌 '어딜 가나 있는 동료들 간의 의견 충돌'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학부생 시절 교수님은 항상 '철학'을 가지고 청소년들을 바라보라는 이야기를 했다. 어떤 난관에도 철학을 가진 사람은 절대 그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항상 초심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막상 그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처음으로 내디딘 필드는 썩어버린 사람들의 썩어버린 생각으로 돌아가는, 제6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 최상단 타이틀에 올려진 비전은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참담한 세상이었다. 내 기준, 교수님의 기준이 너무 도달하기 힘든 비현실적인 목표였던 걸까? 가슴속에 철학을 품고 청소년들을 바라보자는 그 단순하기 그지없는 목표가?

 고등학생 시절, 모 인서울 괜찮은 대학교의 홍보지를 심심해서 읽어본 적이 있었다. 다른 학과들은 '우리 과에서는 이것을 가르치고, 이런 진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를 주로 설명해 놓았다면, 철학과는 '우리 과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학부생들의 취업을 장려합니다'를 대놓고 써 놓았더라. 친구들끼리 보면서 '너무 직설적이지 않냐'라고 무진장 웃어댔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철학을 거창한 수식어 없이 '굶어 죽기 딱 좋은' 학문이라는 인식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한 면이 아닐까. 철학 없는 사회. 결국 우리는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철학 따위 내팽개치고 같이 썩은 숨이나 내뱉고 있는 짐승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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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에서 특이한 컨셉의 마카롱을 발견해서 하나 집어 왔다. '마카롱에 취한 밤'이라는 어른감성을 자극하는 패키징에 무턱대고 집었는데, 심지어 칵테일 맛이라니. 홍보문구에는 어른의 마카롱이라 쓰여 있지만 딱히 미성년자 판매 불가 상품은 아닌 듯.

 컨셉은 좀 독특했지만 그래도 아주 못 먹어줄 맛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말이 칵테일이지 사실 라임민트맛, 오렌지맛, 커피&초코맛이니까. 다른 건 둘째치고 가운데 있는 저 온더비치(원래 이름은 '쎾쓰온더비치' 일 터지만, 파는 물건에 '야스'란 이름을 함부로 붙이기도 뭐하지 않는가)맛 마카롱이 예상 외의 복병. 한 입 물자마자 주정 맛이 입 안을 가득 메워서 순간 비싼 모니터에 마카롱 뿜을 뻔했다. 시판 크림빵에도 쓰는 게 주정이라지만 이거 괜찮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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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긴 뭐가 돼

 간혹 인터넷에서 열심히 키보드 배틀을 하는 사람을 보면 마치 가문의 명예가 걸린 듯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죽도록 싸우는 양상을 보인다.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싸우지는 않았을 턱. 특히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상당히 발전함에 따라 분쟁이 커뮤니티의 발전도에 비례하여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현재, 인터넷에서의 분쟁 대다수는 서로의 목을 베어(?) 완전 승리(?)를 쟁취하려는 모습을 띤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혹자는 경제위기와 취업난으로 인해 삶이 팍팍해져서 사람들의 여유가 이전에 비해 줄어서 그렇다는 의견을 내고, 혹자는 청년들이 단합하여 정부를 규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간질을 시도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며, 또 혹자는 인터넷과 정보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누구나 의견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분쟁 또한 많아졌다는 의견을 낸다.

 이런저런 의견에 나도 한 술 보탠다면, 지금 인터넷에서의 분쟁 양상이 총력전이 된 이유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때문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손바닥만 한 전자기기로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듣는 상황에 이게 무슨 '크리링 헤어스프레이 뿌리는 소리'냐고 할 테지만, SNS의 발달이 사람들 스스로를 확증편향이라는 굴레에 가두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SNS 중 트위터를 예시로 들어보면, 팔로우와 언팔로우를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타임라인을 쉽게 꾸밀 수 있으며, RT를 통해 의견을 널리 퍼뜨릴 수 있지만 해당 의견에 대한 반박이 널리 퍼지기 힘들다는 특성 덕분에 많은 수의 확증편향을 지닌 청소년들을 만들어 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이다. 영상이 플랫폼의 주 요소이기 때문에 본사에서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비판 의견이 부상하기 힘들며, 클릭이나 터치 한두 번으로 소위 '유튜브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자신의 관심사 영상만을 타임라인에 띄울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확증편향을 지닌 수많은 청소년들을 만들었다.

 과거의 인터넷 논쟁이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건전한 토론이었다면, 현재의 인터넷 논쟁은 '내 의견, 더 나아가 내가 속한 의견 집단의 말만이 진리이며, 다른 의견은 존재 가치가 없는 인류악이다'를 전제로 놓고 싸우는 총력전의 양상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자신의 의견을 세상 만인의 보편타당한 이치로 알고,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반동분자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언쟁할 일이 있으면 정말 끝도 없이 늘어질 것을 감안하고 싸워야 한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소중하고, 얼마 있지도 않은 여가시간을 말이 통하지도 않는 상대방과의 언쟁에 몽땅 소모한다면 머리만 아프고 눈물만 날 지도.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싸움을 하면 이겨야지'라는 생각으로 죽을 때까지 싸우기보다는, 싸움을 피하고 상대방의 주장이 옳음을 먼저 인정해버리면 어떨까. 어쩌면 나 자신도 확증편향에 빠져 있어 의견 하나를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고, 상대방의 주장이 절대적인 진리에 반하는 내용일지라도 그런 바보를 설득시키는 행동은 정말 머리 아픈 일이니까. 시간은 소중하고, 우리의 시간은 더더욱 소중하다.

Posted by RainFo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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